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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대 비트코인 ATM 파산…9700대 운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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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한때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대중화의 상징으로 불렸던 비트코인(BTC) ATM 산업이 급격한 쇠퇴 국면에 들어섰다. 북미 최대 운영업체 비트코인 디포(Bitcoin Depot)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9700여대의 ATM 운영을 중단하면서, 디지털자산의 첫 오프라인 인프라로 평가받던 비트코인 ATM 모델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사기 피해 급증과 규제 강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확산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비트코인 ATM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편의성이 사라지고 있다. 비트코인 ATM이 디지털자산 시장 초기 성장에 기여했지만 이제는 규제 친화적 금융 인프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각)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에 따르면 북미 최대 비트코인 ATM 운영업체 비트코인 디포는 지난 18일 미국 텍사스 남부연방파산법원에 챕터11(Chapter 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회사는 운영 중이던 약 9700대 규모 ATM 네트워크를 전면 중단했다.
비트코인 디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이익은 85.5% 급감했고, 전년 1220만달러 흑자에서 950만달러 순손실로 전환됐다.
알렉스 홈스 최고경영자(CEO)는 법원 제출 자료에서 기존 사업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ATM은 디지털자산 산업 초창기 가장 현실적인 대중 접점이었다. 사용자는 은행 계좌 없이 현금을 투입하고 QR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었다. 거래소 가입, 본인인증, 송금 대기 과정이 복잡했던 시절에는 ATM이 제공하는 즉시성이 강력한 경쟁력이었다.
실제로 편의성은 ATM 사업의 핵심 상품이었다. 사용자들은 거래당 10~3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도 빠른 거래를 위해 ATM을 이용했다. 디지털자산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도 손쉽게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비트코인 ATM의 구조적 약점은 거래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은행 송금은 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지급정지나 환급 절차가 가능하지만, 비트코인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면 되돌릴 수 없다.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전화 금융사기 조직이 고령층을 ATM 앞으로 유인해 비트코인을 송금하도록 만드는 사례가 미국 전역에서 급증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동안 디지털자산 ATM 관련 사기 신고 1만3460건을 접수했으며 피해 규모는 3억89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피해액은 2억5750만달러로 전체 피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피해 확산은 정치권과 규제당국이 강경 대응에 나서는 배경이 됐다.
미국 각 주정부는 비트코인 ATM에 대한 규제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디지털금융자산법(Digital Financial Assets Law)을 통해 하루 거래 한도를 1000달러로 제한하고 수수료 상한도 도입했다.
이후 규제는 단순한 수수료 제한을 넘어 금지 조치로 확대됐다. 인디애나주는 지난 3월 비트코인 ATM을 전면 금지했다. 테네시주의 금지 조치는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네소타주 역시 금지 법안을 승인했다.
미국은행협회(AB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20개 주가 디지털자산 ATM 운영을 제한하는 법률을 도입했으며 추가 입법도 진행 중이다.
사법당국의 압박도 거세졌다. 아이오와주 검찰은 지난해 비트코인 디포와 코인플립(CoinFlip)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오와주 자료에 따르면 주민들이 비트코인 디포를 통해 송금한 금액의 98.16%가 사기 거래와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매사추세츠주 검찰도 지난 2월 비트코인 디포를 기소했다. 주정부는 회사의 ATM 수익 절반 이상이 사기 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메인주는 2022~2025년 피해자 보상을 위해 190만달러 규모 합의를 체결했다. 코네티컷주는 과도한 수수료와 환불 문제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디포의 송금 라이선스를 일시 정지했다.
업계에서는 규제만이 ATM 산업 몰락의 원인은 아니라고 분석한다고 크립토슬레이트는 전했다. 디지털자산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이후 현물 비트코인 ETF는 미국 증권계좌의 일반적인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핀테크 앱들은 디지털자산 계좌 개설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고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도 확대됐다.
과거 ATM이 제공했던 접근성과 편의성은 이제 증권사 앱과 인가 거래소, 수탁 서비스가 대신하고 있다. 반면 ATM은 높은 수수료와 강화된 규제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신원 확인 의무, 블록체인 분석, 거래 보류, 서면 경고, 환불 권리 보장, 수수료 제한, 일일 거래 한도, 주정부 인허가 갱신 등 각종 규제 비용이 ATM 사업의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비트코인 ATM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초기 대중화를 이끌었던 상징적 인프라였지만, 규제 친화적 금융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존재 이유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비트코인으로 향하는 가장 쉬운 입구였던 ATM이 이제는 ETF와 인가 거래소에 자리를 내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심영재 기자는 블록미디어의 멕시코 특파원입니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10년 동안 국세청에서 국세조사관으로 근무했고, 그 후 국회 기재위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언론 경력으로는 한국일보 멕시코, KMNEWS, 시카고한국일보에서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취재활동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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