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순자산 500조 돌파, 덴마크 연기금은 스페이스X IPO 투자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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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5월 27일 기준 순자산 501조 8,19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조원 벽을 넘어섰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새로운 자산군으로 자리 잡은 흐름과 맞물려, 국내 ETF 시장도 단기간에 코스닥 시가총액 590조원의 약 85% 수준까지 격차를 좁혔다. 두 시장의 차이는 91조원에 불과하다. 상장 종목 수 역시 1,130개로 늘면서 코스피 상장 기업 948개를 182개 차이로 앞질렀다. 2002년 10월 국내 증시에 ETF가 도입된 이후 24년 만에 일군 성과로, 시장에서는 ETF가 보조적 투자 수단을 넘어 주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립 자산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된 ETF는 32개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 종전 최다였던 2024년 11월의 23개를 9개 초과한 기록이다. 27일에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한 8개 자산운용사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 16종을 동시 출시하면서 신규 상장 수치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올해 1~5월 누적 신규 상장은 8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개 대비 약 20% 늘었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간 신규 출시 규모는 지난해 172개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 비중 확대는 일평균 변동성을 함께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개별 종목 단위로 보면 ETF 시장의 규모 확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순자산 1위 KODEX200은 28조 4,381억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21조 2,292억원)을 7조원 이상 앞섰다. TIGER 미국S&P500 ETF 역시 18조 4,427억원으로 코스닥 대형주와 비등한 자금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올해 신규 출시된 81개 ETF 중 반도체 관련 상품이 33개로 약 40%를 차지하며 쏠림 현상이 짙어졌다. 비트코인 외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점진적으로 다변화되는 디지털 자산 시장과 달리, 국내 ETF는 분산투자라는 본래 강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운용자산 약 250억달러 규모의 덴마크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를 투자 배제 대상에 올렸다. 30일 현지 시간 기준 시장 보도를 종합하면, 이 연기금은 다음 달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에 참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주식 매입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안데르스 셸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페이스X가 "심각하게 과대평가됐고, 지배구조는 재앙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우주산업을 대표하는 비상장사가 주요 기관투자가로부터 공개적으로 배제 결정을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IPO 흥행 구도와 가격 책정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배제 결정의 핵심 근거는 일론 머스크 개인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지배구조다. 셸데 CIO는 상장 이후 머스크가 의결권의 약 80%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가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사회 의장직을 동시에 겸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이라 하더라도 지배구조 문제만으로 투자 배제 결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 온 탈중앙화 거버넌스 원칙이 전통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으로도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창업자 1인 리스크가 가치평가의 변수로 본격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시각차도 뚜렷하다. 아카데미커펜션은 자체 분석에서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가 1조달러를 넘기 어렵다고 평가했지만, 시장에서는 최소 1조 8,000억달러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약 8,000억달러에 달하는 평가 격차는 IPO 가격 책정 단계에서 추가적인 논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셸데 CIO는 "스페이스X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역량은 높이 평가한다"며 기술 자체가 아닌 가치평가와 지배구조 리스크가 결정 배경이라고 명확히 했다. 같은 연기금은 향후 오픈AI가 상장할 경우 지수 편입 여부와 평가 결과를 재검토해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을 별도로 열어뒀다고 밝혔다.
두 흐름은 표면적으로 다른 영역이지만, 자본이 어디로 흐르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국내 ETF 시장이 500조원을 돌파하며 패시브·인덱스 투자가 주류 흐름으로 굳어지는 한편,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거버넌스와 가치평가 적정성을 이유로 초대형 비상장사 IPO 참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ETF 상품화와 불마켓 국면을 거치며 통과한 단계와 유사하다. 자본의 양적 확장과 질적 선별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서, 투명한 지배구조와 합리적 가치평가는 전통 자산과 암호화폐 모두에 적용되는 공통의 잣대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