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유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 반대...37개 은행 키발리스 컨소시엄 MiCA 출시 추진
목차
암호화폐 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 흐름에 정면 제동을 걸었다. 지난 22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ECB는 유로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흡수해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통화정책 전달 경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확대될 경우 은행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대출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분명히 했다. 민간 발행사 확산이 DeFi 생태계 성장과 맞물려 규제 공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논의는 브뤼셀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이 발표한 정책 보고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브뤼겔은 미국이 지난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육성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시행한 이후 달러 중심 디지털 결제 생태계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며, 유럽도 발행사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고 ECB의 유동성 지원 접근권까지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 규제가 결국 유럽 발행과 거래를 해외로 밀어내 '디지털 달러화(digital dollarization)'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ECB는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 민간 발행사가 중앙은행 보호 체계 밖에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규제 논쟁과 별개로 유럽 은행권은 자체 유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기반 컨소시엄 키발리스(Qivalis)는 올해 하반기 MiCA 규정을 준수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추진 중이다. BNP파리바, ING, 유니크레디트, 카이샤뱅크, 단스케은행을 비롯해 ABN암로, 라보뱅크, 노르데아, 인테사산파올로까지 합류하면서 현재 15개국 37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민간 부문이 규제 공백을 메우면서 동시에 향후 유로 디지털 결제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입장 차이가 한층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로 스테이블코인의 입지는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공급 규모는 약 3,000억 달러까지 증가했으나, 유로 연동 자산의 비중은 전체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가장 큰 유로 스테이블코인은 써클(Circle)이 발행한 EURC로 집계되며, 나머지 발행 자산 대부분은 달러 페그 토큰이 차지한다. 유통량 격차가 워낙 큰 만큼 단기간 추격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해외 투자자의 대규모 상환이 발생할 경우 뱅크런 유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환매 제한 장치 도입 필요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ECB는 2029년 디지털유로 출시 목표를 유지하며 토큰화된 은행 예금과 결제 프로젝트 폰테스(Pontes), 아피아(Appia)를 유럽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달 초 스페인 중앙은행 행사에서도 '유로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해야 할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약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유럽 은행권은 디지털유로 역시 예금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두 기존 은행 시스템 자금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금융권의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규제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투자자 심리도 출렁이고 있다. 최근 시장 데이터는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단기 추격 매수와 패닉셀이 동시에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준다. 분석가들은 공포 구간에서 분할 매수와 손절 라인 사전 설정이 손실 통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신규 프로젝트와 알트코인 시장에서 러그풀과 청산 리스크가 동반 상승하고 있어, 베어마켓 진입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레버리지 축소와 현금 비중 점검, 가스비·슬리피지 같은 거래 비용 관리가 단기 생존 전략으로 부각되는 시점이다.
이번 사이클의 지배적 내러티브는 규제 강화와 제도권 진입의 충돌이다. ECB의 보수적 입장과 미국의 적극적 스테이블코인 육성 정책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유럽 은행권이 37개사 컨소시엄으로 응전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디지털 자산이 변동성에 노출된 가운데, 규제 프레임워크의 방향성이 향후 자금 흐름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 달러화 우려와 금융 안정 요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시그널 하나하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