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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코인 잔혹사①] 900만건 잡고 352억 벌금⋯ “규제 공백에 거래소만 희생양”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잇따른 제재에 반발하며 법정 공방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이 ‘소송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강도 제재가 내려지자, 거래소들은 제재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집단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까지 고팍스를 제외한 주요 원화거래소들의 제재 내용은 대부분 공개됐다. 코빗은 과태료를 납부하며 사태를 일단락했지만,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등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금융당국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업비트는 1심에서 승소했으며, FIU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미신고 거래·KYC 부실’ 공통…거래소 전반 AML 취약 드러나
FIU 제재의 핵심은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이다. 특히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와 ‘고객확인(KYC) 부실’이 모든 거래소에서 공통적으로 적발됐다.
코빗은 2026년 1월 기관경고와 함께 약 27억3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19건)와 고객확인 부실이 주요 사유였다. 실명확인증표 사본으로 고객확인을 완료하거나 부적정 주소 고객에 대한 거래를 허용하는 등 다수의 KYC 위반이 확인됐다.
코인원은 2026년 4월 영업 일부정지(3개월)와 함께 약 52억5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미신고 사업자와 1만113건의 거래가 적발됐으며, 고위험 고객 관리 부실과 의심거래보고 미이행 등 전반적인 AML 통제 미흡이 지적됐다. 현재는 제재 효력이 일부 정지된 상태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빗썸 역시 영업 일부정지(6개월)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미신고 사업자와 약 4만5772건의 거래가 문제로 지적됐고, 고객확인 재이행 미비와 고위험 고객 관리 부실 등 대규모 내부통제 미흡이 드러났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해 2월 영업 일부정지(3개월) 처분을 받았으며, 미신고 사업자와 약 4만4948건의 거래가 확인됐다. 고객확인 재이행 과정에서 900만건 이상의 절차 미준수 사례가 드러나는 등 내부 통제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별도로 약 352억원 규모 과태료도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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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통제 불가피 vs 과도한 제재”…법원 판단이 가른 분수령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규제 형성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로 보고 있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시장은 아직 제도화 초기 단계로,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시장을 규제 틀 안에 편입시키기 위해 강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일벌백계 성격의 제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원은 위반 행위 대비 제재 수준이 과도한지, 즉 비례의 원칙을 중요하게 본다”며 “일부 제재에 제동이 걸린 것도 이러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1심에서 승소한 배경에도 이 같은 판단이 반영됐다. 서울행정법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제 공백 △확약서 징구 △체이널리시스 이용 △타 사업자 조치 △기술적 조치 미이행 등 다섯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두나무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특히 “거래 상대방이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임을 인식했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단순한 가능성이나 추상적 인식만으로는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먼저 미신고 사업자 거래금지 의무와 관련해 “실질적인 규제 공백 상태였다”고 봤다. 법령상 금지 의무는 존재했지만 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 근거였다.
확약서 징구와 체이널리시스 활용 역시 당시 기준에서는 합리적인 조치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미신고 사업자를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거래소들이 더 강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만으로 책임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봤으며, 블록 익스플로러 활용이나 거래 차단 등 추가 기술적 조치 역시 법적 근거 없이 강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고객 거래 제한이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와 함께 트래블룰 적용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규제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만 의심거래 보고 의무가 적용돼, 1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해서는 사실상 규제 공백이 존재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가 먼저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보다 세부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FIU는 항소를 이어가며 선례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전이 단순 분쟁을 넘어 국내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를 재정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