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토큰포스트 (Tokenpost) · 토큰포스트 편집부 작성
블랙록 BUIDL, 디파이 달러 공급망의 기초 자산으로…타이거리서치, 온체인 재편 진단 - TokenPost

블랙록의 토큰화 국채 펀드 BUIDL이 기관 전용 상품을 넘어 디파이의 핵심 ‘기초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BUIDL의 확산이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에테나(Ethena), 온도(Ondo), 프랙스(Frax), 스파크(Spark) 등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의 달러 상품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BUIDL의 의미가 ‘블랙록(BlackRock)이 발행한 토큰’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관 투자자용으로 설계된 이 자산이 온체인에 올라온 뒤,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이를 리저브와 담보,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재조합하면서 새로운 달러 상품의 원재료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BUIDL은 블랙록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가 출시한 기관 대상 토큰화 펀드로, 현금과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구조를 갖췄다. 적격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고 최소 청약 금액도 500만 달러에 달한다. 전통 금융 문법으로 보면 기관 자금을 겨냥한 폐쇄형 상품에 가깝지만, 실제 초기 수요를 끌어낸 주체는 기관보다 디파이 프로토콜이었다.
타이거리서치는 프로토콜들이 BUIDL을 채택한 배경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법적 청구권’의 명확성이다. BUIDL은 미국 증권법상 Rule 506(c) 사모 규정 아래 발행돼 투자자 권리와 상환 구조가 비교적 분명하다. 둘째는 규제 적응 비용 절감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을 둘러싼 규제가 정교해질수록, 이미 제도권 기준을 충족한 자산을 활용하는 편이 설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셋째는 온체인 조합성이다. BUIDL은 단순 보유 자산에 그치지 않고 담보, 리저브, 유동성 레이어 자산으로 재가공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BUIDL의 위치는 더 분명해진다. 에테나는 합성 달러 상품 USDe와 스테이킹 버전 sUSDe를 운용하면서, 파생시장 펀딩비가 불리하게 전환되는 국면을 버틸 방어 자산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USDtb의 리저브로 BUIDL과 USD코인(USDC)을 활용했다. 핵심은 고수익 추구가 아니라 구조적 안정성 보강이다. 파생 전략이 흔들릴 때도 시스템 전반의 달러 페그를 지탱할 안전판이 요구됐고, BUIDL이 여기에 투입됐다는 뜻이다.
온도의 OUSG 역시 BUIDL의 활용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OUSG는 기관 전용 국채·머니마켓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온체인에서 낮춘 일종의 ‘중간재’다. 개인이나 소규모 참여자가 블랙록 BUIDL이나 프랭클린템플턴의 기관용 MMF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를, OUSG가 재포장해 연결하는 셈이다. 이때 BUIDL은 최종 소비재가 아니라 더 넓은 사용자층으로 전달되기 위한 원재료 역할을 맡는다.
프랙스가 설계한 frxUSD는 BUIDL을 민팅과 환매의 준비자산으로 편입한 구조다. 사용자는 표면적으로 일반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단에서는 BUIDL이 1대1 발행과 상환을 뒷받침한다. 즉 BUIDL은 사용자 경험 전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디파이 달러 시스템의 신뢰 기반으로 스며드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스카이의 유동성 레이어인 스파크는 보다 전통 자산운용에 가까운 접근을 택했다. 스파크는 ‘Tokenization Grand Prix’를 통해 총 10억 달러 규모의 RWA 자산 편입 계획을 집행했고, 이 가운데 5억 달러를 BUIDL에 배분했다. 나머지는 다른 토큰화 국채 자산과 나눠 담았다. 이는 BUIDL이 단일 대체재가 아니라 온체인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내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에서 중요한 대목은 BUIDL이 최종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 프로토콜은 BUIDL을 직접 소비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달러 자산과 유동성 상품을 조립한다. 공급망은 여기서 한 번 더 확장된다. 예컨대 메가이더리움(MegaETH)의 생태계 스테이블코인 USDm은 에테나의 USDtb를 리저브로 삼고, USDtb는 다시 BUIDL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한다. 결과적으로 신규 생태계에서 USDm 수요가 늘면, 간접적으로 BUIDL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다층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전통 금융에선 보기 어려운 ‘온체인 공급망’ 모델이다. 기존 금융상품은 판매 채널과 브로커 네트워크, 기관 세일즈 조직을 통해 투자자를 확보해 왔다. 반면 BUIDL은 디파이 프로토콜이라는 새로운 고객군을 먼저 확보했고, 이들이 다시 자기 상품 위에 BUIDL을 쌓으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이를 두고 “영업으로 만나는 고객이 아니라 설계로 끌어들이는 고객”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BUIDL 사례는 토큰화 자산 시장의 진입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단순히 기관 브랜드를 내세우거나 토큰화 자체만으로 수요가 생길 것이라 기대하는 접근은 한계가 분명하다. 반대로 법적 안정성, 규제 적합성, 온체인 조합성을 동시에 충족한 자산은 디파이 인프라 안에서 반복적으로 재사용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시장은 이제 BUIDL 이후를 묻고 있다. 다음 토큰화 자산이 성공하려면 전통 금융식 판매가 아니라 디파이 프로토콜이라는 낯선 고객층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결론이다. 블랙록의 BUIDL은 기관용 펀드의 온체인 이전을 넘어, 디파이 공급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토큰화 자산 시장의 다음 승자는 누가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프로토콜의 ‘기초 자산’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