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리 89억·세일러 76억 달러 평가손실, 비트와이즈 ‘크립토 역발상 베팅’ 진단
목차
암호화폐 뉴스
디지털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메마르면서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평가손실을 떠안고 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룩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펀드스트랫의 톰 리가 이끄는 비트마인은 약 541만 6,901개의 이더리움을 평균 매입 단가 3,500달러 수준에 보유 중이며, 현재가 1,839.59달러 기준 89억 달러(약 13조 3,500억 원) 규모의 장부상 손실을 기록했다.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MSTR) 역시 84만 3,706개의 비트코인(BTC)을 평균 7만 5,699달러에 매수해 76억 달러(약 11조 4,000억 원) 평가손실에 직면했다. 두 ‘불(Bull)의 형제’가 짊어진 손실 합계는 165억 달러에 달한다.

비트와이즈 매트 호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노트에서 “크립토는 더 이상 파티의 주인공이 아니다”라며 암호화폐가 ‘모멘텀 거래’에서 ‘역발상 베팅’으로 고통스럽게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건은 나스닥100이 전년 대비 43% 상승하고 엔비디아(NVDA) 주가가 챗GPT 출시 이후 약 1,500% 급등하는 동안, 기관 자금이 인공지능(AI)·로봇·스페이스X로 빨려 들어가며 크립토가 소외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투자자들은 분위기보다 펀더멘털을 더 중시한다”며 역발상 투자의 보상이 들쭉날쭉하지만 인내와 장기 시야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래티지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32 BTC(약 230만 달러)를 매각한 사실은 ‘무한 HODL’ 원칙에 균열이 갔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가상자산 연구기관 10x 리서치는 “이번 매도는 강제 청산이 아니라 향후 선택적 매도를 위한 테스트런”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스트래티지가 약 222억 달러의 부채와 우선주 의무를 안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연구기관은 비트코인 가격이 2만 6,000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보유 비트코인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주주 가치가 사실상 ‘제로’가 되는 마지노선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호건은 이번 약세장의 결정적 차이로 자금 흐름의 ‘질적 분화’를 지목했다. 과거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제트캐시(ZEC), 스텔라(XLM)처럼 펀더멘털이 강한 중소형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VRG 리서치 닉 럭 디렉터도 “실사용 지표와 규제 명확성, 온체인 유틸리티가 투기보다 더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숙련된 투자자들 사이에서 크립토가 ‘조용히 진짜 역발상 베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펀더멘털 중심 회귀가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이날 시장은 추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5.3% 추가 하락하며 2조 3,800억 달러로 내려앉아 지난 10월 고점 대비 46%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6.47% 하락한 6만 6,331.91달러, 이더리움은 8.03% 급락한 1,839.59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폭락하며 BNB는 7.98% 내린 633.4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 1,521원 기준 달러 자산으로서의 변동성 부담도 여전히 크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추가로 짓누르고 있다.
월가 강세론자들의 평판 위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제임슨 롭(Jameson Lopp)은 “많은 투자자가 실망스러운 수익률에 좌절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약세장 진입과 동시에 전통 금융이 AI 붐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0x 리서치는 “모든 비트코인 상승장에는 설교자가 있었지만, 이번 사이클의 설교자는 할 말을 잃었다”고 직격했다. 기관 리스크 매니저들은 스트래티지의 정확한 청산 지점을 계산하며 추가 강제 매도 시나리오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이클의 지배적 내러티브는 ‘AI 자본 흡수와 크립토 펀더멘털 재평가’로 압축된다. 165억 달러 규모의 ‘불의 형제’ 평가손실, 시총 46% 후퇴, 그리고 비트와이즈가 진단한 역발상 베팅 전환은 모두 같은 흐름의 다른 단면이다. 기관 자금이 AI 메가캡으로 쏠리는 동안 크립토 시장은 모멘텀 광풍을 걷어내고 실사용·규제 명확성·온체인 유틸리티를 기준으로 자산을 재선별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호건의 표현처럼 “초록이 진짜 성장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계절이 바뀐다”면, 이번 약세장의 끝자락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