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9% 폭락 서킷 브레이커 발동, 원/달러 1,535원·이란 휴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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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내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투매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며 코스피가 8.29%, 코스닥이 9.08% 폭락했다. 코스피는 676.18포인트 내린 7,484.41로 마감해 14거래일 만에 8,000선이 무너졌고, 하락 폭은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매도 압력이 기준을 넘어서자 양 시장 모두 서킷 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잇달아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10.18%, SK하이닉스는 7.68% 떨어지며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540억 원, 1조 6,270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1조 7,630억 원을 받아냈다. 고점 대비 약 19% 빠진 코스피는 기술적 베어마켓(약세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충격은 한국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3.85% 내린 64,024.60으로 마감해 지난 3월 9일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고, 소프트뱅크그룹이 6.06%, 키옥시아 홀딩스가 8.01% 빠졌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3.48% 하락했으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도 2.96% 떨어졌다. 반면 중국 본토와 홍콩은 낙폭이 제한돼 CSI300이 1.76%, 상하이종합지수가 1.47%, 항셍지수가 1.52% 내리는 데 그쳤다. 기술주와 반도체 비중이 큰 시장일수록 미국 통화정책 전망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중국은 내부 경기 부양 기대가 완충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미국 노동시장 지표였다. 5월 비농업 고용이 17만 2,000명 늘며 시장 예상치 8만 명을 두 배 이상 웃돌자,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100 지수는 4.8%,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3% 급락했다. 시장금리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시아 거래에서 4.57%까지 올라 고평가 받던 기술·반도체주에 추가 압박으로 작용했다. 다만 주요 지수 선물은 혼조세를 보여, 시장이 향후 물가·고용 지표와 연준의 신호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수위를 끌어올렸다. 장중 1,550원대 중반까지 치솟던 환율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이후 1,535.0원으로 내려왔다. KB금융은 임원회의에서 외환 포지션과 자본·유동성 리스크를 점검하고 환 헤지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으며, KB국민은행은 고환율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적용 대상을 7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이용 고객으로 확대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도 위기관리협의회와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며 환율 1,600원 돌파 가능성까지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외 변수로는 중동 정세가 핵심이었다. 이란은 8일 이스라엘을 향한 군사작전 중단을 공식 선언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 직후 나온 조치다. 주말 동안 이란이 약 3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이 방공망과 미사일 기지를 보복 타격하며 4월 휴전 이후 첫 직접 충돌이 벌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유가가 뛰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비트코인(BTC) 등 디지털자산 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됐다. 다만 이란이 추가 공격 시 더 강력한 대응을 경고해 긴장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 인수합병 전선에서는 건화물 해운사 디아나 쉬핑(DSX)이 경쟁사 젠코 쉬핑 앤 트레이딩(GNK) 인수와 이사회 장악을 동시에 추진해 주목받았다. 디아나는 약 14억 3,3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고 주당 24.80달러의 전액 현금 인수를 제안했는데, 이는 젠코 순자산가치의 약 1배이자 최근 30일 평균가 대비 48% 프리미엄이 반영된 조건이다. 그러나 젠코 이사회가 해당 제안을 세 차례 거부하면서 6월 1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프록시 대결이 격화됐다. 시장에서는 제안이 철회될 경우 젠코 주가가 17.50달러 수준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시장을 관통한 핵심 서사는 '거시 충격의 동조화'다. 미국 고용 호조발 금리 우려,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환율 급등이라는 세 갈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며 주식·외환·원자재가 한 방향으로 출렁였다. 이런 국면에서는 위험자산 전반의 상관관계가 높아져, 비트코인과 알트코인(Altcoin) 등 디지털자산도 전통 금융시장의 변동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휴전 기대가 단기 진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와 외국인 자금 흐름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반 자산을 포함한 전 자산군에서 높은 변동성과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