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블록미디어 (Blockmedia) · 블록미디어 편집부 작성
[컨센서스 2026] 피델리티 “비트코인, 이제는 투기 아닌 전략 자산”
비트코인을 가장 높은 위험조정 수익률 자산으로 평가
비트코인, 금·채권 대비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 커
기관투자자에게 비트코인 비중 0% 탈출 필요성 강조
[마이애미=블록미디어 정윤재 에디터] 피델리티 디지털애셋(Fidelity Digital Assets)의 크리스 쿠이퍼(Chris Kuiper) 리서치 부문 부사장이 비트코인을 “가장 높은 위험조정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이 더 이상 비트코인을 주변 자산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통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전략 자산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이퍼 부사장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션에서 비트코인의 샤프지수(Sharpe Ratio)와 소르티노지수(Sortino Ratio)가 금과 주식, 부동산, 장기 국채 등 전통 자산군을 모두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샤프지수는 투자자가 감수한 위험 대비 얼마나 높은 수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소르티노지수는 하락 위험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그는 “비트코인의 최근 5년 수익률은 초기 급등기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자산 대비 우위에 있다”며 “중요한 점은 단순 수익률이 아니라 위험 대비 효율성”이라고 강조했다.
쿠이퍼 부사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변동성만 본다”며 “그러나 변동성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상승 과정에서 발생하는 ‘좋은 변동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월간 수익률 분포가 주식시장과 매우 다르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은 완만한 상승과 급락 구조를 보이는 반면 비트코인은 큰 상승과 큰 하락이 반복되는 비대칭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기관투자자는 개별 자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를 봐야 한다”며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추가하면 전체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통화 자산
크리스 부사장은 비트코인을 단순 투자상품이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통화 자산(emerging monetary good)”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이자 교환 매개 기능을 가진다”며 “과거 투자자들이 금이나 스위스프랑 같은 강한 통화에 자산을 배분했던 것처럼 이제는 비트코인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쿠이퍼는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로 절대적 희소성을 꼽았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으며 현재 대부분이 이미 채굴됐다는 설명이다. 쿠이퍼 부사장은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이라는 점이 비트코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통화가치 희석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역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통화량(M2) 증가와 비트코인 가격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M2 증가율과 비트코인 가격 변화의 결정계수(R²)는 약 0.9 수준이었다”며 “비트코인 가격 변동의 상당 부분이 글로벌 유동성 변화와 연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상관관계가 반드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쿠이퍼 부사장은 비트코인이 단기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등했을 때 비트코인이 오히려 하락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비트코인은 후행 지표인 소비자물가보다 시장의 미래 인플레이션 기대를 먼저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때 비트코인은 먼저 급등했고 이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꺾이자 가격도 조정받았다”고 말했다. 쿠이퍼 부사장은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왜 금 대신 비트코인을 사야 하느냐”라고 소개했다. 그는 “금과 비트코인은 모두 희소성과 채굴 비용, 에너지 투입이라는 공통 특징을 가진다”며 “그러나 두 자산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흐름을 보면 금과 비트코인은 번갈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며 “한 자산이 부진할 때 다른 자산이 강세를 보이는 구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금과 비트코인을 동시에 보유하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채권·주식도 완벽하지 않다
크리스는 전통적인 60대40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60대40 포트폴리오는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된 대표적 기관투자 전략이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채권을 안전자산으로 생각하지만 실질 기준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쿠이퍼 부사장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수익률 기준으로 장기 채권이 수십 년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채권 투자자는 실질 기준으로 장기간 손실 상태에 머물렀다”며 “현재도 실질 기준 손실 폭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부채 증가와 고령화 문제도 언급했다. 크리스 쿠이퍼 부사장은 “세계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역사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 억압과 통화가치 희석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의 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 데이터를 언급하며 “현재 미국 증시는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밸류에이션 구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미국 증시는 연평균 14% 이상의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도 같은 성과가 반복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 혁신과 대형 기술주의 독점적 시장지위 때문에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쿠이퍼 부사장은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로 비트코인 투자 비중을 꼽았다. 그는 피델리티가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하며 “전통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일부 편입하면 전체 위험 대비 수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에서 어느 정도를 빼와야 하는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결정은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느냐 여부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위원회에서 자산 비중 문제로 지나치게 논쟁하기보다 우선 0% 비중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극심한 하락 변동성도 인정했다. 쿠이퍼 부사장은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50~80% 하락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5% 수준이라면 전체 손실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급락이 반복되더라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비트코인은 모든 투자자에게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기존 자산만으로 미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윤재 연구원은 블록미디어 전략팀 소속으로, 전통 금융에서의 실무 경험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통찰력을 결합하여 심도 있는 리서치와 전략 컨텐츠를 제공합니다. 블록미디어 합류 전, 상상인증권 종합금융본부에서 기업금융(IB) 업무를 담당하며 자본 시장의 메커니즘을 체득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펌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와 스타트업 빌더 더파운더즈에서의 인턴십을 통해 비즈니스 전략 수립 및 실행 프로세스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현재는 거시 경제 흐름과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하여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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